이근배 - 겨울풀 겨울풀 들새의 울음도 끊겼다 발목까지 차는 눈도 오지 않는다 휘파람 같은 나들이의 목숨 맑은 바람 앞에서 잎잎이 피가 돌아 피가 돌아 눈이 부시다 살아 있는 것만이 눈이 부시다. 겨울은 모든 것을 숨겨버린다. 수북한 눈으로 산을 감추고, 꽁꽁 얼어붙은 얼음으로 강을 숨겨버린다. 생명을 가진 .. 울 효준방/*좋은 시 2009.12.19
윤동주 시인- 사랑스런 추억 사랑스런 추억 봄이 오든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차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 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쳐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 울 효준방/*좋은 시 2009.12.19
윤동주 시인- 쉽게 씌어진 시 쉽게 씌어진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울 효준방/*좋은 시 2009.12.17
윤동주 시인- 흰 그림자 흰 그림자 황혼이 짙어지는 길모금에서 하루종일 시들은 귀를 가만히 기울리면 땅검의 옮겨지는 발자취소리 발자취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나는 총명했든가요. 이제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깨달은 다음 오래 마음 깊은 속에 괴로워하든 수많은 나를 하나, 둘 제 고장으로 돌려보내면 거리모퉁이 어둠 .. 울 효준방/*좋은 시 2009.12.16
윤동주 시인 산 림 시계(時計) 가 자근자근 가슴을 따려 불안한 마음을 산림이 부른다. 천년 오래인 연륜에 찌들은 유암(幽暗) 한 산림이 고달픈 한몸을 포옹할 인연을 가졌나 보다. 산림의 검은 파동 우으로부터 어둠은 어린 가슴을 짓밟고 이파리를 흔드는 저녁바람이 솨~ 공포에 떨게 한다. 멀리 첫여름의 개고리.. 울 효준방/*좋은 시 2009.12.14
윤동주 시인 길 잃어버렸읍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우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읍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 울 효준방/*좋은 시 2009.12.08
윤동주 시인 간판 없는 거리 정거장 플랫폼에 나렸을 때 아무도 없어 다들 손님들뿐 손님 같은 사람들뿐 집집마다 간판이 없어 집 찾을 근심이 없어 빨갛게 파랗게 불 붙는 문자(文字)도 없이 모퉁이마다 자애로운 헌 와사등(瓦斯燈)에 불을 혀놓고 손목을 잡으면 다들 어진사람들 다들 어진사람들 봄, 여름, 가을, .. 울 효준방/*좋은 시 2009.12.04
윤동주 시인 출생:1917년 만주 북간도 사망:1945년 2월16일 구주 복강형무소에서 옥사 학력:1941년 연희 전문학교 문과졸업 데뷔:1936년 카톨릭 소년지에 용주(龍舟)라는 필명으로 '병아리'.'빗자루'등 동요.동시발표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 울 효준방/*좋은 시 2009.12.03
윤동주 시인 자 화 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 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 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읍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울 효준방/*좋은 시 2009.12.02
[스크랩] 마 디 마 디 김 창 균 돌아돌아 강진 어디쯤이었던가 청대 숲에 든 적이 있다. 그때, 그때였지 그대의 손마디와 내 손마디가 서 로를 아슬하게 잡고 걸었던 오래된 길 손 잡고 걷는 길은 늘 한 사람의 마음을 접는 것이어서 마디마다 힘주어 산 저들의 속을 닮아 마음 주는 사람은 속이 궁글고 많은 가지 중 하.. 울 효준방/*좋은 시 2009.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