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효준방/*좋은 시

윤동주 시인- 쉽게 씌어진 시

김 또깡 2009. 12. 17. 13:24

 

 

 

              쉽게 씌어진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다 같이 노력 합시다!!!

 

 

출처: 범우사 윤동주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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