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씌어진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다 같이 노력 합시다!!!
출처: 범우사 윤동주시집
'울 효준방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근배 - 겨울풀 (0) | 2009.12.19 |
---|---|
윤동주 시인- 사랑스런 추억 (0) | 2009.12.19 |
윤동주 시인- 흰 그림자 (0) | 2009.12.16 |
윤동주 시인 (0) | 2009.12.14 |
윤동주 시인 (0) | 2009.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