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효준방/*좋은 시

윤동주 시인

김 또깡 2009. 12. 2. 21:24

 

 자 화 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

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

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읍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읍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

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

나이가 있읍니다.

 

 

출처:범우사 윤동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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