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효준방/*좋은 시

김혜순 시인- 환한 걸레

김 또깡 2010. 1. 20. 14:08

 

 

 환한 걸레

 

 

물동이 인 여자들의 가랑이 아래 눕고 싶다

저 아래 우물에서 동이 가득 물을 이고

언덕을 오르는 여자들의 가랑이 아래 눕고 싶다

 

땅 속에서 싱싱한 영양을 퍼 올려

굵은 가지들 작은 즐기들 속으로 젖물을 퍼붓는

여자들 가득 품고 서 있는 저 나무

아래 누워 그 여자들 가랑이 만지고 싶다

짓이겨진 초록 비린내 후욱 풍긴다

 

가파른 계단을 다 올라

더 이상 올라갈 곳 없는

물동이들이 줄기 끝

위태로운 가지에 쏟아 부어진다

허공중에 분홍색 꽃이 한꺼번에 핀다

 

분홍색 꽃나무 한 그루 허공을 닦는다

겨우내 텅 비었던 그곳이 몇 나절 찬찬히 닦인다

물동이 인 여자들이 치켜든

분홍색 대걸레가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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