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효준방/*읽고 싶은 글*

삼식이였던 우리,이제 영식이가 되었다.

김 또깡 2009. 12. 23. 14:57

 

 

 

 

 지난 달 중순, 우리사회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대한 논의의 자리에 함께하게 되었다. 조금 이른 아침 여성 관련단체와 청소년시설 대표들과 실무자들, 그리고 구청의 담당 공직자들이 모이게 되었다. 마침 구청의 식당에서 저렴하게 제공되는 식사가 있어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맑은 콩나물국에 김치 몇 조각 그리고 흰 쌀밥의 무척 단조로운 식단이어었다. 그래도 그렇게 함께 식사를 하는 시간이 서로에게 상당한 친근감을 갖게 하였다.같은 식탁에서 식사를 하던 공직자에게 문득 이런 말을 하였다."가족들과 함께 아침을 드셔야 되는데, 이렇게 일찍 출근해서 우리랑 식사하게 되어서 섭섭하지요?" 그런데 그의 대답이 묘하였다. "하하, 괜찮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요" 라는 평범한 인사말 뒤에 "스님, 저는 영식이입니다."라는 말이 붙은 것이다. "영식이?" 그 분의 이름은 분명 아니었다.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딱히 짚이는 것이 없었다.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에 그 분이 말을 이었다. "하하, 집에서 밥을 한 끼도 먹지 않는 사람을 영식이라고 합니다." 그러고는 설명을 덧붙였다. 하루 세 끼 밥을 집에서 다 멱으면 삼식이, 두 끼를 먹으면 이식이, 한 끼를 먹으면 일식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예 한 끼도 먹지 않으면 영식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띵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사업하는 사람도 아니고 공직자가 어떻게 집에서 한 끼도 밥을 먹지 못할 수 있다는 말인가?

  처음 이 분을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 분이 무척 다감하고 친절한 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소탈하면서도 편안한 자세가 개인적으로도 좋은 인상을 가지게 하면서,스스로 주민들에게 좋은 공직자가 되고 싶다는 진솔한 내면을 드러낼 때의 그 진지함이 무척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렇게 진지하고 성실한 분이 '영식이' 라니 도무지 수긍이 가지 않았다. 그리 멀지않은 시간에 우리는 거의 삼식이였다. 없던 시절,네모 도시락을 싸서 다니다가 경제가 좋아져서 보온 도시락을 들고 다녔어도 하루 삼시세끼를 어머니나 아내가 해주는 밥을 먹었다. 그러다가 점점 도시락이 사라지고 학교급식과 직장의 구내식당이 활성화되면서 이식이로 변했다. 학교의 야간자율학습과 직장의 야근이 늘어나면서 일식이가 되었다.여기까지는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주준이다. 아무리 산사에 살아도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줄은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영식이는 도저히 이해도 용납도 되지 않는다.

  세상에서 유행하는 우스게 중에 아줌마들이 제일 귀찮아하는 남편은 하루 세 끼 집에서 먹는 삼식이고, 다음으로 이식이, 일식이고, 제일 인기있는 남편이 영식이라고 한단다. 세상이 또는 아줌마들이 좋아해서 남자들이 그리고 학생들이 영식이가 되어가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숨 막히는  경쟁 심리와 성공에 대한 무한한 기대가 이렇게 만든 것이다.한 끼 밥을 가족과 함께 먹을 수 없는 국가의 발전과 가정의 부유함이 과연 '행복' 과 닺닿아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저녁 9시가 넘은 시간, 우리가 회의를 마치고 구청을 다시 방문했을 때, 구청의 많은 사무실들의 불이 아직 훤하게 밝혀져 있었다. 수소하시는 여러분! 하루 한 끼는 꼭 집에서 드세요.

주경스님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하여 다 같이 노력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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