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효준방/*읽고 싶은 글*

여보게, 저승갈 때 뭘 가지고 가지

김 또깡 2009. 12. 6. 10:46

 

 

     여보게, 저승갈 때 뭘 가지고 가지

 

<금강경>에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 라는 시구가 있다. 무릇 모양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부서지고 마는 헛돤 것이니, 그 모양이 영원하지 않은 이치를 알면, 부처의 세계를 보게 된다는 말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쌓고 뺏고 모으며, 탐착하는 우리들에게 그러한 삶이 덧없음을 일깨우고, 허상에 끄달리지 않는 인생을 살게 하려는 금구의 말씀이다.

  나이 들수록 새겨 보며, 내 욕심스런 사고들을 행궈 내는, 샘물 같은 말씀이기도 하다. 진정 영원한 모습이 있을 리 없다.

  지금 숨을 쉬고 있는 사람들 중, 백년 뒤 이 땅에 남아 노래 부를 이 몇이나 될까? 눈가에 지는 세월의 흔적을 거울 속에 들여다보면서도, 나는 늙지 않을 거라고 꿈을 꾸는 우리!

  그러나 분명 깨야할 꿈인 것을......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모습을 바로보고 긍정할 수 있을 때, 우린 좀더 진실된 삶을 살다 가지 않을까?

  숱한 아픔과 갈등. 사랑과 미움을 세월 너머 보내면서 배운 게 있다면, 앞에 놓인 실존마저도 허상이요 한판 꿈이라는 것! 그 사실을 철저하게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길 때, 현실의 허상들마저도 끄달림없이 사랑할 수 있는, 참된 가슴이 열리더라는 것!

  현실 부정의 논리가 아니라 현실을 바로 보므로, 무상하고 허망한 것들에 메달리지 않고, 좀더 자유롭고 여유 있게 살아 가게 되는 것이 아닐런지......

  여보게 도우(道友), 저승갈 때 뭘 가지고 가지?

  솔바람 한 줌 집어 가렴!

  농담말구!

  그럼 댓그늘 한 자락 묻혀 가렴!

  안그럼,

  풍경소릴 들고 가던지......!

 

 

 

 

출처: 석용산 스님 에세이집에서 추려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