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으로 얻은 행복
따끈한 음식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요즘처럼 추위가 찾아오면
생각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붕어빵이고, 다른 하
나는 추위를 녹여주는 더운 히터바람이다.
대학생 시절 집사람과 데이트할 때 겨울철이 가장 힘들었다.
봄, 여름, 가을엔 돈 없어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많
았다. 캠퍼스를 비롯해 길거리나 야외가 모두 데이트 장소로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겨울철엔 사정이 달랐다. 추위를 피해
놀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이런 까닭에 돈이 없는 우리로선
히터바람이 나오는 백화점 신세를 질 수 밖에 없었다. 그곳은
참으로 따뜻했다. 가끔씩 붕어빵으로 허기를 때울 때도 있었다.
붕어빵은 라면보다 더 저렴했기 때문에 주전부리 거리가 아닌
한 끼 식사였던 셈이다, 요즘에도 길거리에서 파는 붕어빵을 볼
때면 옛 추억이 소록소록 피어나곤 한다.
늦은 퇴근길에 붕어빵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망설였다. 혹시라
도 핀잔만 들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하는 줄 몰라서
이런 걸 사가지고 왔어, 케익도 아니고 고작 붕어빵을 말이야."
1000원어치 붕어빵 봉지를 내밀면서 한 마디를 건넸다. "여보,
옛날 생각이 나서 사가지고 왔어, 돈 없었을 때 붕어빵으로 요기
를 때웠을 때가 생각나서 말이야." 반응은 당초 염려와는 달리 나
쁘지 않았다. "주전부리해서는 안 되는데 당신 마음을 생각해서
먹는다" 며 즐거워하는 눈치였다. 가끔씩 사오라는 말도 덧붙였다.
1000원어치 붕어빵이 이렇게 큰 행복감을 안겨줄 수 있을까 생
각할 정도로 결과가 좋았다.
100세 이상사는 '장수인' 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100세 이야기(박상철 지음)' 를 보면 부부 금술이 좋을수록 장수
할 가능성이 높다는 실증연구 결과가 있다. 부부가 모두 100세 이
상 살 수 있는 가능성은 600만 부부 가운데 한 쌍이란다. 홀로 100
세 이상 사는 사람은 10만명 가운데 한 명 정도다. 10만분의 1은 돌
연변이 확률과 비슷할 만큼 흔하지 않지만 앞으로 100세 인생은 점
점 더 많아질 게 분명하다. 남성이 오래살고 싶다면 이혼하지 않고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남성 최장수 마을로
손꼽히는 나가노현(長野縣)의 이혼율은 일본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건강한 부부관계가 남성이 오래 사는 데 있어 매우 중요
한 요소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제적으로도 이혼하지 않고 금슬 좋게 사는 게 최상의 방법일 것
같다. 만약 이혼이라도 하게 되면 국민연금을 이혼한 배우자에게
최고 50%까지 줘야 한다. 설사 이혼했더라도 5년 이상 결혼생활을
했다면 국민연금 수령 권리가 주어지기 때문에 재산을 축내지 않으
려면 백년해로 하는 게 상책이다.
세계보건기구가 말하는 '건강' 의 의미를 보더라도 육체적인 건강
으로 한정하지 않고,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모두 건강해야만 진정
으로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할 수 있는 밑
바탕이 행복한 부부관계란 점을 일깨워준다. 행복한 부부관계를 유
지할 수 있는 비결은 지속적으로 추억을 자극해주는 마음 씀씀이지
않을까. 오늘 붕어빵이라도 사들고 집에 들어가 사랑을 애걸해보는
게 남자들이 노년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법이지 않나 싶다.
출처 : 이 재경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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