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효준방/*좋은 시

김수영 시인- 풀

김 또깡 2009. 12. 26. 10:26

 

 

 

 

 

 

풀이 눕눈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라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이 시에서 주어는 풀과 바람 단 둘뿐이지만 바람은 비교를 위한 종개념인 만큼 하나인 셈이다. 그 풀이 눕고, 울고, 울다가 눕고, 눕고,울고,일어나고,웃고,눕고가 내용의 전부이다. 이것이 바람과의 관계 속에서 조금씩 다르게 바뀔 뿐이다. 첫연에서 풀은 바람(동풍)에 나부껴 눕고 그리고 운다. 둘째연에서는 풀은 눕지만 바람보다도 빨리 눕고 빨리 울고 먼저 일어난다. 셋째연에서는 첫연,둘째연의 내용이 바람과의 관계를 통하여 다시금 강조된다. 모든 잔가지를 쳐낸 압축된 플의 이미지가 되풀이에 의해 더 선명하게 부각 되면서, 풀의 풋풋하고 끈질긴 생명력이 독자를 압도하는 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 풀을 민중의 알레고리로 해석하는 독법이 파느을 치게 되었고, 7.80년대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마침내 푸은 민중시의 가장 보편적인 화두가 되었다. 그러나 풀은 어디까지나 풀로 읽어야지 관습화된 상징으로 읽을 때 시는 자칫 속화된다.

  김수영 시인은 결코 이런 관습적 상투적, 그래서 맥빠진 상징을 가지고 시를 쓸 시인이 아니다. 하지만 이 시의 풀에서 60년대말 박정희의 영구집권을 노리는 삼선개헌을 둘러싸고 기회주의적인 지식인들이 보인 행태를 연역해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독자의 자유이다.

 

 

출처 :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다 함께 노력 합시다!!!

blog.daum.net/kkr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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